만화가 윤 모 씨와 한의 정서 오늘의 잡설

남들이 욕한다고 당연히 욕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비난을 받는 사람이 있다. 이유 없이 욕을 먹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지만 욕먹을 짓을 하고 억울한 사람도 많다. 만화가 윤 모 씨가 이유 없이 욕을 먹는지 욕먹을 짓을 했는지는 여러분에게 맡긴다. 다만 나는 윤 모 씨가 올린 한 게시물을 얘기하고 싶다. 윤 모 씨도 얘기 정도는 허락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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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모 씨는 SNS에 한의 정서에 대한 글을 올렸다.

 

한민족 특유의 정서인 ’?.... 한이라.... 이거 그냥 열등감 & 피해의식 아닌가?;; 매사에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 인생을 살아봐라. 그렇게 한이 쌓일 일이 있나... 평생 우우 몰려다니면서 남한테 휘둘리고 남 눈치보고 남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살다가 죽을 때 되니까한 많은~ 내 인생~” 이러면서 막 한을 토해내는 것 아녀... 우리가 빨리 벗어나야 할 빙시같은 정서가 바로 인 것 같어

 

윤 모 씨의 발언을 간추리면 이렇다.

한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이다. 이것은 자기가 선택하지 못한 삶을 살아서 생긴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사라져야 한다. 따라서 한의 정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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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어쩌면 열등감과 피해의식이다. 한은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생기는 것도 아마 맞다. 하지만 나와 윤 모 씨가 생각하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다른 것 같다. 윤 모 씨가 보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윤 모 씨 본인이 제시한 글에 드러난다. 우우 몰려다니고, 남한테 휘둘리고, 남 눈치를 보느라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함. 윤 모 씨에게 열등감이란 남을 부러워만 하며 사는 것이고 피해의식은 동정심을 얻으려 눈치 보며 상처를 뽐내는 것이다. 열등감이 단순한 부러움이고 피해의식이 단순한 아픔이라면 한이 열등감과 피해의식이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윤 모 씨에게 열등감은 찌질함('남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이고 피해의식은 징징댐('죽을때 되니까 ... 한을 토해내는 것')이다.

 

윤 모 씨는 열등감이든 피해의식이든 마음대로 하지 않는 삶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 인생을 살면 한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 말은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당연하다. 완전히 자기가 선택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운 좋은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독재자, , 슈퍼스타도 삶은 완전히 조종하지 못한다. 정말 자기 선택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구약성서의 신과 가깝다. 아니, 구약성서의 신도 자기가 만든 피조물이 선악과를 먹지 않나, 불타는 도시를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이 되지 않나, 자기 마음대로 살지 못한다. 자기가 선택하는 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모두 거대한 힘(그것이 돈이든 운명이든 인생이든 마음대로 부르시라)에 끌려 다니며 산다. 그러니 자기 마음대로 살면 한이 없다는 말은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찔 일이 없다는 말과 같다.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윤 모 씨가 이 이치를 한을 반대하며 썼다는 것이다. 마치 살을 빼려면 평생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듯이. 물론 누군가는 선택으로 인생을 개척한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 선택 비율은 100%일 수 없다. 99%라면 모를까. 그리고 한은 그 1%에서 나온다.

 

우리 역사를 예로 들어보자. 대한민국 현대사는 파란만장하다. 근현대사가 파란만장하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나라는 36년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나라가 쪼개졌다. 쪼개진 나라는 전쟁과 살육을 했다. 한쪽에는 공산독재가 한쪽에는 군사독재가 내려앉았다. 그동안 굵직한 사건사고가 수많이 벌어졌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한국전쟁, 보도연맹 학살, 제주 4,3사건, 4.16, 5.16, 5.18, 6월 항쟁, IMF. 굵직한 비극이 벌어질 때마다 다친 것은 민중이었다. 나는 역사학자도 아니지만 이건 안다. 이 사건은 절대 우우 몰려다니고 남한테 휘둘리고 남 눈치를 보다가 벌어지지 않았다. 분단과 전쟁과 독재 등이 이것도 저것도 하지 않다가 죽을 때가 되어 아쉬워하는 일인가. 역사적인 사건을 빼고서라도 가족이 다치거나 죽고 사업이 망하고 홍수가 나고 어획량이 줄고 도둑이 들고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선택해서 일어나는 일이냐는 말이다. 적어도 100% 선택으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는 아픈 일만 예로 든다고 따지겠지만 한이 대부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로 생기기에 그런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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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한 한의 정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이름이 이 아닐 뿐. 윤 모 씨는 다른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인생이 어긋나도 마음을 다시 먹으면 아쉬울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땐 한의 유무가 아니라 한의 필요를 말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윤 모 씨의 마음을 주제넘게 추측했다. 나중에 윤 모 씨가 자세히 말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덧글

  • 코론 2016/05/01 01:52 # 답글

    금수저가또...
  • d 2016/05/01 02:21 # 삭제 답글

    무슨 초딩이 쓴 SNS인 줄 알았네
  • 역성혁명 2016/05/01 17:27 # 답글

    황철광 (바보들의 금이라고도 부름) 수저께서 오늘 한을 가지고 물고늘어지는군요.
  • J H Lee 2016/05/01 23:18 # 답글

    그런데 한이 한민족 특유의 정서.. 라고 하는데 일본에도 비슷한 개념은 있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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