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책, 아마도 읽어보았다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이지성/차이/2015


세상에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성공을 바라마지않는다. 여기서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벌고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것을 말한다. 모두 성공하기 위해 달리고 물어뜯고 울부짖는다. 성공 비법을 알려준다는 자기개발서도 불티나게 팔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공으로 달린다기보다는 실패에서 도망간다. 1등이 되기 위해 자기개발서를 읽는 게 아니라 꼴찌라는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자기개발서를 읽는다.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은 세상을 가득 메운 자기개발서 중 하나다. 성공한 사람 따라잡기는 자기개발서의 주요 소재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성공한 자를 찬양하는 자기개발서는 이들이 몸담은 분야 책보다 많을 거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은 표지 문구 하나로 인터넷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표지 왼쪽 아래, ‘사실 이건희는 지극히 평범했다. 지금의 당신처럼.’

 

이병철의 아들로 태어난 게 평범하다면 평범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성공자들이 자기 덕분이라고 말하는 걸 들어 왔다. 내가 잘한 덕분이다. 내가 노력한 덕분이다. 진짜로 잘,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다. 다만 이런 자랑의 끝은 그런데 왜 너는 못하냐.’라는 점이 문제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저자 말로는 이건희는 재벌 2세라는 배경을 빼면 평범했고 삼성은 기울었지만 꾸준한 자기개발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저자가 쏟아지는 자료를 조사해 얻은 결론이니 한번 믿어 보자.

 

결국 이건희에겐 성공 비법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 그 방법은 뭘까. 책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 비법은 생각이다.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일을 통찰하는 사고. 자신이 해내리라 믿는 마음은 시크릿을 위시한 책들이 생각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라. 사실 나는 이 이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긍정적인 거, 좋다. 상상하면 마음도 다질 수 있고 실행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긴 해도 저자도 실행력을 강조하니 할 말은 없다. 일을 통찰하는 사고는 마음에 들었다. 이왕이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너무 중요한 얘기다.

 

그런데 표지를 본 사람들은 왜 화를 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마치 그 책이 너는 왜 못하냐.’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모든 것이 줄어든다. 취업률도 경기도 기회도 줄어든다. 희망은 말라비틀어졌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적반하장으로 꿈을 강요한다. 옛날에 비하면 좋은 거다, ()력을 해야지, 젊을 때는 다 그런 거다, 모든 것은 의지에 달렸다 등등.

 

모든 것이 의지에 달렸다면 한국전쟁 초반 밀린 국군은 의지가 부족해서 밀렸다는 소리가 된다. 사실 모든 문제를 구조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 개인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결국 일부 자기개발서가 욕을 먹는 것은 그것이 개인 탓이라는 생각 위에 지은 누각이기 때문이다. 이 누각이 사상누각인지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 저자들도 자기 얘기만 하고 독자들도 한 권 읽고 괜스레 뿌듯한 기분만 얻고 책을 덮는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나쁜 개발서가 아니다. 적어도 사상누각은 아니다. 조사도 있고 분석도 있고 써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책 곳곳 사람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장이 있긴 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노력해라. 가족을 지키려면 성공해라. 나에겐 꼬우면 성공하든가.’로 들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꼬우든 꼬우지 않든 모두 성공을 바란다. 성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려면 성공한 사람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반대 방향 책도 읽고 싶다. 1등을 우러러보는 책도 좋지만 뒤쳐진 사람을 부축하는 자기개발서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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